성공한 사업가들은 종종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립니다. 한 가지 일에 우직하게 몰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감과 야망으로 가득한 이들은 한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뒤 연관된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곤 합니다. 성공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영감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때 많은 사업가가 한 가지 고민에 빠집니다. 사업을 확장하려면 새로운 사업자를 만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기존의 법인이나 사업자 명의로도 새로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입니다. 특히 법인 신설의 까다로움을 떠올리면, 굳이 새로운 법인이 필요할지 고민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새로운 사업을 위해 반드시 새로운 법인이나 사업자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법인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사업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법인으로 여러 가지의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다소간의 위험이 따릅니다. 여러분이 계획하는 비즈니스가 현재 법인으로 충분할지, 혹은 새로운 법인이나 사업자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한 개의 법인사업자로 다중 사업을 운영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한 개의 법인 명의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법인으로 몇 가지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지는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상황과 업종 특성, 시장 환경에 따라 신규 사업을 기존 법인으로 운영할지, 혹은 새로운 법인을 설립할지 결정하면 됩니다. 기존 법인 아래에서 운영하는 방식과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은 각각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중 사업 운영 시 가장 많이 활용되는 3가지 구조
한 기업이 여러 사업을 운영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널리 활용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각각의 방법에는 뚜렷한 장단점이 있으니, 여러분의 사업 구상과 가장 잘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살펴보세요.
1. 브랜드 다각화
각각의 사업을 브랜드화해 운영하는 형태로, 단일 법인으로 다중 사업을 운영할 때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신규 사업을 별도의 사업자나 법인으로 분리하는 대신, 사내에 새로운 부서나 사업부를 만들어 관리하고 각 사업의 상품에는 고유한 브랜드(상호)를 부여합니다. 이 방식은 기존 정관이나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업종에 포함된 사업이거나, 기존 사업과 연계성이 높은 경우에 주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여성복을 전문으로 제조 및 판매하던 의류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회사가 남성복과 유아복을 추가로 취급하려는 경우, 신규 사업도 여전히 '의류 제조 및 판매'라는 기존 업종 범주에 속합니다. 따라서 정관이나 사업자등록증을 수정하거나 신규 법인을 설립할 필요 없이, 기존 회사에서 새로운 부서와 브랜드를 만들어 초기 사업을 관리하는 것이 비용이나 실행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브랜드 다각화의 장단점과 주의점
가장 큰 장점은 실행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적다는 것입니다.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 인력이나 시스템 구축을 최소화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자원만으로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 브랜드 중 하나가 크게 성장한다면 추후 독립 법인으로 분리할 수도 있고, 반대로 성장세가 좋지 않은 브랜드는 복잡한 청산 절차 없이 폐기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한 브랜드의 위기가 다른 브랜드나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에서 한 브랜드의 제품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 회사 전체 브랜드가 불매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특정 브랜드의 심각한 재정 문제가 타 브랜드의 예산에 영향 미칠 수도 있습니다.
다중 사업을 브랜드 다각화 형태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먼저 새로 런칭하려는 브랜드의 업종이 정관 및 사업자등록증 상에 기재된 업종에 포함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포함되지 않았다면 정관이나 사업자등록증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다소 복잡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력이나 사업장까지 전면 재편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차라리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편이 낫습니다. 또한, 브랜드의 고유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표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상표 등록은 동일 업종 내에 유사한 상표가 없어야 가능하므로, 특허청에서 제공하는 지식재산정보 검색 서비스를 통해 사전에 검색해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사내 독립 기업(CIC)
브랜드나 사업을 사내에서 소규모 독립 기업처럼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CIC는 'Company-In-Company(회사 내 회사)'의 약자입니다. 법인을 따로 분리하지 않은 채 전반적인 경영이나 자금 운용은 본사가 담당하되, 제품 개발 및 출시 전반, 신규 인력 채용, 예산 및 회계, 조직문화 등은 CIC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하고 운영합니다. 이 구조는 대기업, IT기업, 테크 기업의 사내벤처나 출판사, 게임 회사의 임프린트 형태로도 자주 활용됩니다. 또한, 기업 내에 규모가 크고 독립성이 높은 특정 조직이 있을 때 그 조직을 CIC처럼 운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스노우, 네이버 웹툰, 네이버 페이 등을 CIC로 운영하다가, 각 사업의 규모가 본격화한 이후에는 독립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사내 독립 기업의 장단점과 주의점
CIC의 입장에서는 독립성을 최대한 인정받으면서도 자금 부담이 적고, 구성원의 법적 지위 또한 본사 소속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대부분 조직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의사 결정 및 실행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거꾸로 모기업의 입장에서는 인적·물적 자원을 크게 변동시키지 않고도 신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으며, 실패하더라도 복잡한 청산 절차 없이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CIC가 많아질수록 인력 관리의 표준화가 어려워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각 CIC가 서로 다른 채용 기준, 급여 체계, 복리후생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HR 부서의 관리 부담이 커지고 조직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CIC의 높은 독립성은 본사와의 단절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사에서 경영난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준비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CIC는 이러한 움직임을 미처 알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CIC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분사나 자회사 형태로 독립 법인화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CIC를 설립할 때는 모기업이 지닌 데이터, 유통망, 인지도, 기술 등 자원을 최대한 활용 가능한 사업 분야와 방식을 선택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기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은 CIC의 이점을 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별도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3. 분사경영
각 사업을 담당하는 주체를 별도의 독립 법인으로 분리하되, 본사가 주식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며 이를 지배하는 방식입니다. 대기업의 구조 대부분이 이와 같으며,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이라도 각 CIC의 독립성을 강화하고자 할 때 법인 분리형 구조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 체계에서 분사한 사업 주체는 자회사 또는 계열사라 부르고, 이 자회사나 계열사를 지배하는 상위 회사를 '모회사(母會社, Parent Company)라고 합니다. 그중에서 별도의 사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오로지 자회사나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해 지배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일컬어 '지주회사(持株會社, Holding Company)'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주요 대기업은 대부분 이러한 지주회사 체계를 택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보기 어렵지 않은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Google)은 '알파벳(Alphabet Inc.)'을 지주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분사경영의 장단점과 주의점
각 사업 주체의 독립성은 커지지만, 위험은 분산되고 모회사를 통한 투자금 조달도 용이합니다. 각 분사가 성장한 뒤 개별 상장이 추진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장점입니다. 자회사나 계열사가 상장사가 될 정도로 그룹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기업 브랜드의 가치와 인지도도 함께 상승하며, 그 효과를 그룹 전체가 공유하게 됩니다. 다만 이 정도로 성장하는 기업은 극히 소수이며, 무리한 법인 분리는 오히려 관리 부담과 행정 절차만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이해 불일치나 내부거래 이슈 등 거버넌스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모회사는 자회사의 독립성 유지와 통제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한 개의 법인으로 다중 사업 운영할 때의 장점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이 다중 사업을 운영하려는 경우에는 브랜드 다각화나 CIC처럼 한 개의 법인으로 여러 사업을 유지하는 구조가 유리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행정 절차가 간편함
번거로운 신규 법인 설립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신규 사업의 업종이 정관이나 사업자등록증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면 별도의 설립이나 수정 절차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브랜드나 조직을 위한 사내 구조 개편과, 필요한 경우 지점 설립 또는 사업자등록 분리 정도만 거치면 바로 신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음
법인을 새로 설립하려면 행정 절차만 해도 1~2개월이 소요되며, 이에 수반되는 각종 제반 사항까지 처리하려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면, 기존 법인 아래에서 부가 사업으로 운영할 경우, 회사 시스템에 약간의 추가나 수정만 거치면 곧바로 실행할 수 있어 신속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업 종료 절차가 복잡하지 않음
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을 경우, 독립 법인은 복잡한 청산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기존 법인 산하의 브랜드나 CIC로 운영된 경우에는 구조조정과 회계 장부 정리, 사무실 정리 등 실무적 절차만으로 사업을 종료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의 법인으로 다중 사업 운영할 때의 단점
물론, 법인 하나로 여러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특히 하위 브랜드나 CIC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러한 한계는 더욱 부각됩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점에 법인을 분리해 자회사 또는 계열사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험이 확산될 수 있음
브랜드나 CIC 등 각 사업체가 모기업과 완전히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그 영향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브랜드의 문제가 기업 전체의 평판을 떨어뜨리거나, 잘 성장하던 CIC가 모기업의 경영 악화나 도산으로 존립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운영상의 복잡성 증가
브랜드를 다각화한 기업의 경우, 브랜드마다 서로 다른 마케팅, 브랜딩, 고객 관리 전략을 사용하면서 회사 전체의 마케팅 방향과 충돌하거나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습니다. CIC의 경우에도 사업체마다 운영 방식, 인력 채용, 급여 및 보상 체계가 모두 다를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가 본사 관리 부서의 업무 복잡성을 가중할 수 있습니다.
회사 구성원의 결속력 약화
각 브랜드나 CIC 사업체에 소속된 인원은 본사에 대한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로 인해 회사 구성원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CIC별로 상이한 보상 및 급여 체계는 조직 간 갈등이나 대립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나의 법인으로 다중 사업을 운영하는 5단계 방법
회사 및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단일 법인 산하에 신규 브랜드나 CIC를 설립할 때는 다음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1. 정관 및 사업자등록증 확인
먼저, 신규 사업에 해당하는 업종이 현재 회사의 정관 및 사업자등록증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사업자등록증의 경우에는 해당 업종이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신규 발급으로 비교적 간단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관의 사업 목적에 업종을 새로 추가하려면 주주총회 결의 및 등기 절차 등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만일 신사업이 정관에 포함되지 않은 업종이라면, 이는 현재 회사와 연관성이 낮다는 의미로 볼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별도의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는 편도 좋습니다.
2. 사내 TFT 설립
브랜드 또는 사업체의 구성을 위한 임시 조직인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합니다. TFT의 인원은 해당 브랜드나 사업의 리더와 주요 실무자를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행정, 법무, 회계 등 지원 부서의 전문 인력을 함께 배치합니다. TFT에서는 해당 브랜드 또는 사업의 타당성과 잠재적 위험 요인을 검토하고, 설립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한 뒤 역할을 분장하여 실행 계획을 마련합니다. 모든 검토 및 기획 단계가 완료되면 TFT는 임무 종료와 함께 해체합니다.
3. 인력 및 물적 자원 구성
해당 브랜드 또는 사업체를 꾸려갈 인력을 구성합니다. 사내 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경우 헤드헌팅이나 공개 채용 등을 통해 외부 인력을 확보합니다. 또한 회사 내에 별도의 업무 공간을 마련하거나, 필요에 따라 외부 공간을 임대하거나 매입하며 사업 환경을 구축합니다. 필수 장비나 집기 등도 구매 또는 대여를 통해 준비합니다.
4. 내부 사무 절차 완료
회계, 인사 등의 결재 라인을 정비하고 필요할 경우 별도의 은행 계좌와 회계 장부를 개설합니다. 또한 신규 인력의 채용 절차를 완료한 뒤, 인트라넷 등록 및 4대 보험 등 실무 절차를 마무리합니다.
5. 외부 행정 절차 완료
사무실을 포함한 업무 공간의 등기, 브랜드 상표 등록, 신규 사업자등록증 발급, 지점 신고 등 외부 행정기관에 필요한 각종 신고 절차를 완료합니다. 또한 인허가가 필요한 업종이라면 관할 기관에 해당 신고 또는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한 개의 법인사업자로 다중 사업 운영하기 FAQ
한 개의 법인으로 몇 개의 브랜드 또는 CIC를 운영할 수 있나요?
법적인 제한은 없습니다. 어떤 기업이든 원하는 만큼 브랜드 또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의 조직 규모와 인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리한 확장은 기존 사업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나 CIC별로 사업자등록증을 따로 내야 하나요?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업종이 동일하고, 사무실이 본사 내에 있다면 기존 사업자등록증으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규 사업의 업종이 기존 사업자등록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새로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해야 합니다. 또한, 기존의 업종에 포함되더라도, 사무실이나 사업장이 본사 외부에 위치한다면 1사업장 1사업자등록증의 원칙에 따라 별도의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해야 합니다.
CIC 신규 설립 시 어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내 전문 인력만으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깊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외부의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합니다. 우선, TFT 과정에서 경영 컨설턴트의 자문을 구하는 것을 검토해 보세요. 상표 등록은 변리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기존에 거래 중인 법무법인이 있다면 변리사 업무까지 대행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회계나 장부나 세무 관련 사항은 기존의 세무사가 함께 대행할 수 있습니다.


